약(藥)과 독(毒)의 경계
온 몸이 으슬으슬 춥고 여기저기 쑤신다.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위축되고 여러가지 힘든 일들이 더욱 힘겨웁게 느껴진다. 감기 몸살일까? 집 앞 의원을 찾아가 진통제 주사를 맞는다. 1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마치 안개가 걷히듯 온 몸을 쥐어짜던 통증이 스르르 스러진다. 놀랍고도 기쁜 몸 속의 변화이다...이런 경험 한번이면 다음 번에 아플때는 경험칙으로 주사 맞으러 가게된다. 뭐하러 끙끙대며 앓고 고생하나.
50~60년대 지지리도 어렵게 살던 그 시절.
위생상태도 좋지 않아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했던 그때.
과도한 설사로 심한 탈수 현상에 빠진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죽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다.
이때는 입으로 무언가를 먹으면 설사를 악화시키기 일쑤여서, 병원에서는 금식시킨 후 수액으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는 치료를 한다. 병문안을 가 보면 다 죽어가던 사람이 수액제를 맞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게 된다.
링거액(Hartman's solution=Linger solution)이라는 수액제의 신묘함에 사람들은 감탄을 했고 , 입소문을 타고 링거 한방이면 죽을 사람도 되 살려낸다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퍼져나갔다. 물이 부족한 곳에 물 만큼 필요한 게 어디 있을까...설사로 탈수가 온 사람에게 부족한 물을 공급했으니 상태가 호전되는 건 당연한 이치. 하지만, 이런 내용을 알리가 없는 일반사람들의 인식수준은 링거액을 만병통치약 쯤으로 만들어 버렸으니...어르신들은 아프면 무조건 만병통치약인 '링게루'를 찾는게 상식이 되어버렸다.
요즘 같은 과잉칼로리 시대에서도 아프면 영양제 수액을 맞으러 병원 가는 사람들이 있다. 상술과 맞물려 수액제에 대한 환상이 끈질기게 살아있다. 그런 후에는 또 살 빼러 운동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입맛에 맞게끔 지나친 가공단계를 거치면서 영양소는 파괴되고 칼로리만 잔뜩 올려 놓은 인스턴트 음식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줄은 모르고,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약은 좋고 독은 해로운 것으로 두개가 별개의 것인 양 알고 있지만, 사실 두개는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것이다. 사용하는 용량의 문제일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식물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자력갱생이 힘들다. 물과 햇빛만 있으면 생존하는 식물들은 참으로 평화로운 생명체이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의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식물들 조차도 암암리에 다른 식물들에게 독성물질을 분비하며 자기영역을 넓혀가기도 한단다. 어찌됐든, 식물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타 생명체와 먹고 먹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먹히는 입장의 생명체는 당연히 자기를 보호하는 데 몰두할 것이고, 오랜 세월이 지나 변형된 유전자를 통해 자기방어물질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그런 적응을 못하는 생명체는 도태되어 사라지기 된다. 살아남아 있는 생명체들의 이런 자기방어물질들은 대부분 화학작용을 통해 포식자들로 하여금 회피하게 하거나 아니면 죽게 만든다. 이런 일종의 독들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약들로 변형되어 사용 중인 것이다. 한방약이든 양방약이든 그 기원은 모두 마찬가지로 엇 비슷하다.
생명체의 다양성 때문에 독도 다양하고, 같은 독이라도 인간이란 생명체에 다양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어떤 독은 인간에게 약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약처럼 작용하는 독이라도 다량으로 섭취되면 독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어느 약이던 과량으로 복용해서 독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에게 약 작용을 하는 독조차 일부 사람에겐 치명적인 독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알레르기반응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이처럼 약이 곧 독이요, 독이 곧 약이다.
자기에게 맞는 약을 골라 적절한 용량으로 섭취해야만 독이 되는 걸 피할 수 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남들이 좋다네 해서 따라 먹었다가는 골로 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딴 사람은 다 괜챦던데 왜 나만?이라고 뒤늦은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는다.
내몸속에 집어 넣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나, 일단 들어간 것을 빼내는 일은 쉽지 않다. 충분히 검증된 안전한 약들을 검증된 용량으로 복용하는 게 최상이다. 검증 안된 건강보조식품이나 카더라의약보조제 등은 복용후 결과를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